어항 유리 벽면에 찰싹 붙어 오물오물 이끼를 청소하는 작고 귀여운 물고기, 오토싱. 그 부지런한 모습에 "우리 집 어항의 이끼 해결사!"라는 기대를 안고 데려오셨을 겁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일까요? 며칠 만에 힘없이 사라져버리는 '돌연사'에, "오토싱은 원래 약한 물고기"라며 좌절하셨을지도 모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오토싱은 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예민하고 배고픈' 친구입니다. 이 작은 이끼 사냥꾼을 건강하게 키우는 비결은, 이 친구를 '청소부'로만 생각하는 오해를 버리고, '안정적인 환경'과 '든든한 식사'를 제공해주는 것에 모든 해답이 있습니다.
'이끼 청소부'라는 가장 큰 오해
오토싱을 키우기 전,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생각이 바로 "남은 밥이나 이끼를 처리해 줄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물론 오토싱은 어항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갈색 이끼(규조류)를 아주 좋아하지만, 실이끼나 붓이끼 같은 다른 종류의 이끼는 거의 먹지 않습니다. 즉, 어항에 먹을 만한 이끼가 충분하지 않으면 이 작은 생명체는 굶어 죽고 맙니다.
우리의 임무는 오토싱을 청소 도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어항의 건강한 일원으로 존중하고 그들의 주식을 챙겨주는 것입니다. 이끼는 '간식'일 뿐, 별도의 '주식'을 챙겨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돌연사를 막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성공적인 이사의 첫걸음, '느리고 신중한 물맞댐'
오토싱이 유독 초기 입수 과정에서 죽는 이유는, 수질 변화에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수족관의 물과 우리 집 어항의 물은 온도와 성분이 미세하게 다릅니다. 이 차이에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어항에 넣어버리면, 물고기는 '수질 쇼크'로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됩니다.
따라서 '물맞댐' 과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봉지째로 어항에 30분 정도 띄워 온도를 맞춘 뒤, 콩돌과 에어호스를 이용해 우리 집 어항 물을 한 방울씩 '똑...똑...' 떨어뜨려 아주 천천히 섞어주는 '물방울 맞댐'을 1시간 이상 진행해주세요. 이 느리고 신중한 과정이, 예민한 오토싱의 생존율을 극적으로 높여줍니다.
'배고픈' 청소부를 위한 특식
어항에 이끼가 부족하다면, 우리는 이 배고픈 미식가들을 위해 별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주식은 바로 식물성 성분이 풍부한 '플레코 전용 침강성 사료'입니다. 흔히 '오토싱 밥'으로 불리는 이 사료를 저녁에 조명을 끄기 전 한두 알 넣어주면, 야행성인 오토싱들이 나와 맛있게 먹습니다.
가끔씩 삶은 애호박이나 시금치를 꼬치에 꽂아 넣어주는 것도 훌륭한 특식이 됩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여러 마리가 모여 갉아 먹는 귀여운 '호박 파티'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굶주리지 않은 오토싱이 훨씬 더 건강하고 활발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함께하면 즐거워! '떼' 지어 키우기
야생에서 오토싱은 수십 마리가 함께 무리 지어 생활하는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어항에 한두 마리만 덩그러니 있으면, 불안감을 느끼고 구석에 숨어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친구들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우글우글' 모여서 함께 노는 모습을 볼 때 발휘됩니다.
따라서 최소 3~5마리 이상, 같은 종류로 함께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함께 모여 유목을 갉아 먹고, 수초 잎에 나란히 앉아 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함께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고 더 건강해진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최고의 보금자리, '수초'와 '유목'
오토싱은 어항 속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이끼를 찾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편안한 곳에 붙어 휴식을 취합니다. 이들에게 최고의 안식처는 바로 '수초'와 '유목'입니다. 특히 넓은 잎을 가진 수초(아누비아스 나나 등)는 오토싱이 가장 좋아하는 '침대'가 되어 줍니다.
또한, 유목 표면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슬러지(바이오필름)'는 오토싱에게 아주 좋은 천연 간식거리가 됩니다. 어항 속에 수초와 유목을 적절히 배치해주는 것은 단순히 어항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넘어, 오토싱에게 안정적인 휴식 공간과 비상식량을 동시에 제공해주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오토싱 배가 홀쭉해요. 괜찮을까요?
A. 아닙니다. 매우 위험한 신호입니다. 건강한 오토싱은 배가 살짝 통통하게 불러있는 것이 정상입니다. 배가 홀쭉하다는 것은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 굶고 있다는 뜻이므로, 즉시 플레코 사료나 삶은 애호박 같은 별도의 먹이를 공급해주어야 합니다.
Q. 다른 물고기랑 같이 키워도 되나요?
A. 네, 오토싱은 성격이 매우 온순하여 대부분의 소형 열대어들과 잘 어울리는 최고의 '탱크 메이트'입니다. 구피, 테트라, 코리도라스, 안시 등 비슷한 수질과 온도에 사는 착한 물고기들이라면 누구와도 평화롭게 지낼 수 있습니다.
Q. 어항 벽면의 녹색 이끼도 먹나요?
A. 딱딱하게 자리 잡은 녹색 이끼(녹점조류)는 잘 먹지 못합니다. 오토싱은 주로 어항을 세팅한 초기에 생기는 부드러운 갈색 이끼(규조류)를 청소하는 데 가장 뛰어난 능력을 발휘합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오토싱 수명 및 늘리는 방법 - 미로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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