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벽면을 뒤덮은 푸른 이끼, 유목과 수초에 솜털처럼 피어난 갈색 이끼. 맑고 투명해야 할 나만의 작은 수중 세계가 지저분한 이끼 때문에 골칫거리가 되어버렸나요? 이럴 때 많은 분들이 ‘이끼 청소부’라는 명성을 듣고 ‘알지이터(Algae Eater)’를 데려오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잠시만요! 이끼를 해결하려다 더 큰 문제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여러분이 수족관에서 만나는 ‘알지이터’라는 이름의 물고기 중에는 진짜와 가짜가 섞여있기 때문입니다. 이 둘을 구별하는 눈을 갖는 것, 이것이 바로 이끼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평화로운 어항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알지이터, 정체가 뭔가요?
우리가 ‘이끼 먹는 물고기’로 알고 있는 이 친구의 정확한 이름은 ‘시아미즈 알지이터(Siamese Algae Eater)’입니다. 줄여서 ‘SAE’라고도 부르죠. 몸 중앙을 가로지르는 굵고 선명한 검은 줄이 꼬리지느러미 끝까지 이어지는 것이 진짜 시아미즈 알지이터의 가장 확실한 특징입니다.
문제는 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차이니즈 알지이터’나 ‘골든 알지이터’라는 친구들입니다. 이들은 어릴 때는 이끼를 먹지만, 몸집이 커지면서 성격이 난폭해지고 다른 물고기를 괴롭히는 무법자로 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끼 제거라는 임무를 완수할 진정한 영웅을 고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꼬리까지 이어지는 검은 줄을 확인하는 것이 실패를 막는 첫 번째 해결책입니다.
이끼 제거, 정말 해결될까요?
진짜 시아미즈 알지이터는 의심할 여지 없이 뛰어난 이끼 제거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물생활인들을 괴롭히는 검은색의 뻣뻣한 ‘붓이끼(BBA)’를 먹어 치우는 몇 안 되는 고마운 생물 병기 중 하나입니다. 어항 속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벽면과 수초 잎을 핥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들죠.
하지만 이 친구들이 만능 해결사는 아닙니다. 이끼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 즉 ‘과도한 조명 시간’이나 ‘물속의 넘치는 영양분’을 해결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습니다. 알지이터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청소부일 뿐, 주기적인 환수와 적절한 조명 관리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이끼 없는 어항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 친구를 위한 집 꾸미기
이 부지런한 청소부는 활동량이 매우 왕성하고 성장 속도도 빠른 편입니다. 따라서 최소 가로 60cm(2자) 이상의 어항에서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작은 어항에서는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고, 스트레스를 받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휴식을 취할 때 넓은 잎을 가진 수초나 유목 위에 앉아 쉬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항 속에 아누비아스 나나와 같은 활착수초나 편평한 유목을 넣어주면, 녀석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아늑한 쉼터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점프를 잘하는 편이므로 어항 뚜껑을 꼭 덮어주는 것도 잊지 마세요.
이끼 말고 뭘 먹나요?
많은 분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가 바로 ‘알지이터는 이끼만 먹고 살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항 속 이끼는 간식일 뿐, 이들도 엄연히 별도의 먹이가 필요한 물고기입니다. 어항에 이끼가 부족해지면 굶주림에 다른 물고기의 몸을 핥아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해결책은 다른 물고기에게 밥을 줄 때, 바닥에 가라앉는 ‘침강성 사료’를 소량 함께 급여하는 것입니다. 플레코나 코리도라스용 사료를 주면 아주 잘 먹습니다. 가끔 삶은 시금치나 애호박을 넣어주면 훌륭한 영양식이 되어주니, 이 친구도 어엿한 가족 구성원임을 잊지 말고 꼭 밥을 챙겨주세요.
어떤 친구와 잘 지낼까요? (합사 정보)
시아미즈 알지이터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온순하여 대부분의 열대어와 무리 없이 잘 지냅니다. 비슷한 크기의 테트라, 라스보라, 구라미 등과 함께 키우기에 아주 좋습니다. 왕성한 활동성으로 어항에 활기를 더해주는 역할도 톡톡히 해내죠.
다만, 매우 작은 치어나 생이새우 같은 작은 갑각류는 먹이로 인식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성격이 예민하거나 움직임이 매우 느린 디스커스 같은 어종과는 합사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장난으로 다른 물고기를 툭툭 치며 쫓아다니기도 하니, 평화로운 어항을 원한다면 한두 마리 정도만 키우는 것이 적당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어항에 넣었는데 이끼를 전혀 안 먹어요.
A. 다른 물고기에게 주는 사료를 너무 많이 먹어 배가 부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루 이틀 정도 사료 급여량을 줄여 배고픈 상태로 만들어주면, 본래의 임무인 이끼 제거를 시작할 것입니다.
Q. 얼마나 크게 자라나요?
A. 가정의 어항 환경에서는 보통 10~15cm까지 자라는 중형 어종입니다. 작은 어항에는 어울리지 않으니, 입양 전에 반드시 성체 크기를 고려해야 합니다.
Q. 오토싱이랑은 다른 건가요?
A. 네, 완전히 다른 종류입니다. 오토싱은 3~5cm 내외로 자라는 소형 이끼 제거 물고기로, 주로 갈색 이끼를 제거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입니다. 작은 어항에는 알지이터보다 오토싱이 훨씬 더 적합한 선택입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어항에 이끼가 생기는 이유와 해결방법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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