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통을 나르고, 호스를 연결하고, 바닥재를 청소하는 번거로운 ‘환수’ 과정. 아름다운 물고기를 보며 얻는 즐거움도 잠시, 이 고된 과정 때문에 ‘물생활’을 포기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만약 물을 갈아주지 않아도 물이 스스로 깨끗해지는 어항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꿈같은 이야기 같지만, 이것은 충분히 가능한 현실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무환수어항’은 마법이 아니라 ‘작은 생태계를 만드는 과학’입니다. 약간의 지식과 초반의 인내심만 있다면, 누구든 손이 덜 가는 나만의 작은 자연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모든 과정을 A부터 Z까지 알려드릴게요.
환수 없는 어항, 정말 가능할까?
무환수어항의 핵심 원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어항 속에서 하나의 완벽한 ‘자연 순환 사이클’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물고기가 배설물(암모니아)을 만들면, 바닥재에 사는 착한 박테리아들이 이를 분해하고, 최종적으로 식물(수초)이 이 분해된 물질을 영양분으로 꿀꺽 삼켜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원리죠.
즉, 이 시스템은 ‘제로 관리’가 아니라, 주기적인 환수라는 가장 큰 노동을 ‘수초’와 ‘박테리아’에게 대신 맡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역할은 이 고마운 일꾼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처음에 잘 조성해 주는 것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관리가 편한 수조를 만드는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가장 중요한 첫걸음, 바닥재와 여과
튼튼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토대가 되는 ‘바닥’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시스템에서 바닥재는 단순히 어항을 꾸미는 장식품이 아니라, 수많은 정화 박테리아가 살아가는 아파트 단지와도 같습니다. 따라서 3~5cm 이상의 충분한 두께로 깔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초보자에게는 영양분이 포함된 ‘소일’이나 관리가 편한 ‘흑사’를 추천합니다.
여기에 이 시스템의 성공률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숨은 영웅이 있습니다. 바로 ‘저면 여과기’입니다. 이 여과기는 바닥재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필터로 만들어, 박테리아가 살 수 있는 공간을 극대화하고 물의 순환을 도와줍니다. 바닥재 아래에 설치하는 약간의 수고만 감수하면, 장기적으로는 가장 안정적인 무환수 환경을 만들어주는 최고의 선택입니다.
어항의 허파, 수초를 심자
무환수어항의 두 번째 주인공은 바로 ‘수초’입니다. 수초는 물속의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깨끗한 산소를 내뿜어, 어항을 살아 숨 쉬게 하는 허파와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특히 성장이 빠른 수초일수록 오염물질을 먹어 치우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초보자라면 별도의 이산화탄소나 강한 조명 없이도 잘 자라는 ‘음성수초’나 ‘부상수초’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바닥에 심는 ‘붕어마름(마츠모)’이나 물 위에 동동 띄워두는 ‘개구리밥’, ‘아마존 프로그비트’ 등은 질산염 제거 능력이 뛰어나 무환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아주 훌륭한 해결사가 되어줍니다.
첫 입주민, 신중하게 고르기
멋진 생태계가 완성되었다고 해서 아무 생물이나 마구 넣어서는 안 됩니다.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오염물질이 발생하면 생태계의 균형은 순식간에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첫 입주민은 배설물이 적고, 환경 변화에 강한 ‘소형 어종’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러한 조건에 가장 잘 맞는 친구들은 바로 ‘메다카(송사리)’나 ‘생이새우’ 종류입니다. 이들은 크기가 작아 배설물이 적고, 튼튼해서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너무 많은 수를 넣지 말고 3~5마리 정도의 소수로 시작하여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기다림, 최고의 마법 재료
모든 세팅을 마친 뒤, 가장 중요한 마지막 재료는 바로 ‘기다림’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들이 자리를 잡고, 수초가 뿌리를 내리며 제 역할을 하기까지는 최소 2주에서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물잡이’ 기간을 참지 못하고 성급하게 생물을 투입하는 것이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입니다.
이 기간 동안 우리가 할 일은 최소한의 먹이를 주며 어항 속 생태계가 스스로 안정되기를 묵묵히 지켜보는 것입니다. 환수가 없는 대신, 증발된 물을 보충해 주는 ‘보충’은 꾸준히 해주어야 합니다. 이 인내의 시간이야말로, 손이 덜 가는 아름다운 수중 정원을 완성하는 최고의 마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무환수’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뜻인가요?
A. 아닙니다. 주기적인 전체 환수가 필요 없다는 뜻이지, 관리가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먹이 주기, 증발한 물 보충해주기, 가끔 수초 잎을 다듬어주는 등의 기본적인 관리는 필요합니다.
Q. 어항에 녹색 이끼가 끼는데 괜찮은가요?
A.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오히려 생태계가 살아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습니다. 다만, 너무 심하게 낀다면 조명이 너무 강하거나 먹이를 많이 준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조명 시간을 줄이거나, 생이새우와 같은 이끼를 먹는 생물을 추가해 주면 도움이 됩니다.
Q. 큰 물고기도 무환수 어항에서 키울 수 있나요?
A. 추천하지 않습니다. 금붕어나 시클리드처럼 몸집이 크고 배설물이 많은 물고기는 수초와 박테리아가 정화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의 오염을 유발하여 시스템을 망가뜨리기 쉽습니다. 무환수 시스템은 소형 생물에게 가장 적합합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무환수 어항 만들기 지속 가능한 청결 유지! - Joydreams(Tistory)
무환수 어항의 기본 원리와 바닥재 세팅부터 수초 심기, 조명과 여과기 설치, 물고기 투입 시기 및 물 맞댐 등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단계별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 다이소 어항으로 만드는 무여과 수초항 - YouTube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이소 어항을 활용해 무여과 수초항을 만드는 방법을 실습 영상과 함께 보여줍니다. - 무환수 어항, 사지 말고 만들어보세요(전체 노하우 공개) - YouTube
무환수 어항 세팅에 필요한 재료와 바닥재 사용법, 수초 배치 및 관리법 등 무환수 어항의 노하우를 상세히 설명하는 영상입니다. - 초보자 무여과 무환수 어항 만들기 - YouTube
무여과, 무환수 어항을 성공적으로 꾸미기 위한 조건과 관리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하며, 생물과 수초의 밸런스 맞추기 팁을 제공합니다. - 처음 해보는 무환수 무여과(일명 무무항) 어항 만들기, 원리설명 포함 - Tistory
무환수 어항을 시작하는 초보자를 위한 이론적 원리부터 실제 환경 설정과 유지 방법까지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